모아드림

“어차피 떨어질텐데…” 청년들 취업의 꿈 접었다

작성자 : 관리자 / 날짜 : 2020.06.25

청년 10명중 1명 ‘슬픈 구직포기’
코로나로 채용시장 더 막히자 ‘非구직 니트족’ 127만명 달할듯
청년수당 받으며 근근이 생활
결혼감소 등 악영향… 대책 시급
 


101676072.2.jpg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하지 않고 구직활동도 하지 않는 이른바 ‘비(非)구직 니트족’이 늘고 있다. 이들의 규모가 연말까지 127만 명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지난해보다 14.7% 늘어난 규모로, 청년 10명 중 1명은 구직을 아예 포기하는 셈이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당시엔 청년들이 일을 구하지 못해도 꾸준히 구직활동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청년들이 구직 희망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년 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강모 씨(32)는 지난달 서울 생활을 접고 고향으로 내려갔다. 졸업 뒤에도 서울에 머물며 대기업 취업 준비에 전념했지만 한 번도 최종면접의 문턱을 밟아보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취업이 더 어려워지자 강 씨는 결국 구직을 포기했다.

그는 길어진 취업 준비 기간에 몸도 마음도 모두 지쳤다고 했다. 그는 “채용공고가 뜨면 어차피 떨어질 텐데 뭐 하러 원서를 쓰는지 모르겠단 생각만 든다. 일상에서도 아무런 의욕이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퇴직 공무원인 부모님 연금에 기대 사는 게 죄송해 월세라도 줄이려 낙향하기로 결정했다. 좋은 직장에 다니는 대학 동기들을 보면 열등감에 사로잡혀 숨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털어놓았다. 강 씨는 당분간 구직 활동을 중단한 뒤 연말에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해볼 계획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청년 취업문이 좁아지며 강 씨처럼 구직 의욕을 상실한 미취업자인 이른바 ‘비(非)구직 니트(NEET)족’이 늘고 있다. 올해 청년(15∼34세) 10명 중 1명이 니트족이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니트족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청년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는 일하지 않고, 학교나 학원에 다니지 않으며, 가사·육아를 하지도 않는 15∼34세를 말한다. 이 중에서도 비구직 니트족은 구직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경우다.

남재량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4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한 ‘저출산의 인문학적 통찰 콜로키움’에서 올해 말까지 비구직 니트족이 127만3000명에 달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111만6000명)보다 15만7000명(14.7%) 늘어난 규모다. 매년 5만 명 안팎으로 증가한 최근 추세를 감안했을 때 올해 예상 증가폭은 유난히 급격한 셈이다.


이에 따라 비구직 니트족이 전체 청년 인구(1223만8000명) 중 차지하는 비율도 10.4%로 전망됐다. 2000년만 해도 이 비율은 3.0%에 그쳤지만 2010년 7.2%, 2015년 7.4%, 2018년 8.5%, 지난해 9.0%로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까지 취업준비생이던 고모 씨(28·여)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구직을 포기해 비구직 니트족이 됐다. 대학 졸업 후 약 4년간 취업을 준비한 고 씨는 “지난해 겨울 한 대기업 면접에서 떨어진 뒤 실의에 빠져 지금은 채용공고를 들여다보지도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활동적으로 지내기 위해 용돈도 벌 겸 간간이 아르바이트도 했는데, 이제는 그럴 힘조차 없다”고 말했다. 고 씨는 현재 서울시로부터 청년수당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남 연구위원은 비구직 니트족의 증가가 저출산과도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비구직 니트족의 6∼9년 후 취업 가능성은 일반 구직자보다 6∼24%포인트 낮다는 것. 임금도 비구직 니트족이 일반 구직자보다 3.5∼12.3%포인트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10년 후 결혼 비율도 비구직 니트족이 10%포인트가량 낮았다.

비구직 니트족 증가가 청년 개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년실업 장기화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청년들이 구직 활동 자체를 포기해버리는 것을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진단이다.

송혜미 기자 1am@donga.com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