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 계열사들이 약 5년 만에 기업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 졸업을 앞두고 있다. 경영 정상화를 앞두고 들떠야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복잡한 모습이다.
금호아시아나의 지주사 역할을 하는 금호산업은 워크아웃 졸업을 위한 채권단의 심사가 끝나 결과 보고를 기다리고 있다. 최종 결과 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초안은 ‘워크아웃을 졸업할 여건이 된 것으로 보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이 가지고 있는 금호산업 지분 57.6%를 매각할 시간을 벌기 위해 워크아웃 기간을 1년 정도 연장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금호아시아나 측은 기업에 활력을 주기 위해 하루빨리 워크아웃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분위기다.
역시 워크아웃 중인 금호타이어와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이행 중인 아시아나항공도 독자 경영을 하는 데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두 곳 모두 실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다. 금호타이어의 경우 지난달 한국신용평가의 신용평가등급이 ‘BBB―’에서 ‘BBB(안정적)’으로 상향 조정되기도 했다.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을 조기 졸업할 수 있다는 분위기를 만든 데는 제주국제컨벤션호텔사업(ICC)과 연관된 소송이 컸다. 이 사업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과 관련해 국민은행 등 7개 금융회사가 제기한 633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1심을 뒤집고 지난달 26일 승소한 것이다. 만약 패소했다면 재무상태가 악화되고 추가 소송이 이어져 워크아웃 졸업이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한숨 돌리기도 전에 두바이 월드센트럴 터미널 마감 공사 기계설비 협력업체인 성도이엔지가 “금호산업으로부터 미수금 423억여 원을 받지 못했다”며 두바이 국제중재소에 8일 소송을 냈다. 금호산업 측은 소송 제기만 된 단계인 데다 판결까지는 긴 시간이 걸려 워크아웃 졸업에 큰 지장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는 IBK투자증권-케이스톤 파트너스에 넘어가 있는 그룹의 모태기업인 금호고속을 다시 사와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인수전에 사모펀드 5곳이 가세하며 인수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실시된 예비입찰에서 이 사모펀드들은 5000억∼5500억 원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0억∼3000억 원대를 기대했던 금호아시아나 측의 생각보다 훨씬 높은 가격이어서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지난달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것도 그룹의 분위기를 가라앉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