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두리하나 국제학교 지하식당에는 13∼15세 학생 20명과 초로(初老)의 신사 20여 명이 마주앉아 꽃꽂이에 한창이었다. 이 학교는 탈북청소년과 조선족 자녀들이 주로 다닌다.
이날 모인 어르신들은 한국수력원자력의 시니어봉사단원들. 한수원 퇴직자 모임인 ‘시니어 직능클럽’이 자원봉사 신청자를 대상으로 지난달 처음 봉사단을 만들었다. 가입 자격은 은근히 까다롭다. 매월 2회, 최소 6개월 이상 빠지지 않고 봉사할 수 있는 사람들만 받았다. 그렇게 모인 시니어봉사단원은 100명이 넘었다. 이들은 저소득층 아동을 위해 원전 견학 및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전공, 직장 경력을 살려 과학강의 등도 할 계획이다.
봉사단을 이끄는 염택수 단장(61)은 1977년 한국전력에 입사한 뒤 2011년 한수원 울진원자력본부장을 끝으로 정년퇴임했다. 대학에서 원자력공학을 전공한 뒤 40년 가까이 원전밖에 모르고 살았지만 은퇴 후 성당에서 급식봉사를 시작해 ‘봉사하는 삶의 기쁨’을 알았다.
염 단장은 “한수원이 봉사단을 만든다는 소식을 듣고 이것이야말로 남은 인생에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며 “직장생활을 하며 쌓은 노하우를 봉사를 통해 사회에서 활용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수원 시니어봉사단은 당분간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봉사에 집중할 계획이다. 이날 찾은 두리하나 국제학교의 꽃꽂이 강의도 그중 하나다. 강사가 1명에 불과해 일일이 꽃꽂이를 가르쳐줄 수 없기 때문에 자원봉사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수다. 꽃꽂이 활동이 끝나자 아이들은 평소 연습해온 합창곡 ‘오, 해피데이’를 부르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한수원은 앞으로 한국사회복지협의회 등 복지 공공기관과 연계해 봉사단 활동을 체계적으로 꾸릴 계획이다. 또 체계적인 봉사활동을 위해 단원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 이론, 실무 등의 교육을 진행한다. 재직시절 전문기술 분야에 몸담았던 단원은 별도의 ‘전문 멘토’로 양성할 방침이다.
한수원 관계자는 “수십 년간 각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했던 분들인 만큼 본인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도움을 준다면 봉사자 스스로에게 큰 보람이 되고 한수원의 이미지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