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2010년 4월 인수한 성진지오텍은 부채 비율이 1600%가 넘어 부도 직전에 몰린 ‘깡통 회사’였다. 정준양 전 회장 재임 때 이뤄진 인수합병(M&A) 중 최악의 사례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인수 과정에서 저지른 배임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당시 경영진을 감시해야 할 포스코 이사회의 의장은 KAIST 석좌교수였던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었다.
포스코가 성진지오텍을 평균 주가보다 2배 이상 높은 1592억 원에 인수하는 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당시 안 의원은 임시 이사회에서 인수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런 사안일수록 인사권을 쥔 최고경영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사내이사보다 사외이사가 견제해야 하는데도 나서지 않은 셈이다. 포스코 출신의 한 인사는 “사외이사들은 성진지오텍 인수를 승인하는 이사회에 ‘우정 출연’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이 포스코의 사외이사로 재직한 2005년부터 2011년까지 포스코는 자회사를 43개나 늘렸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201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안 의원이 참여한) 안건 235건 가운데 수정 찬성 6건, 반대는 3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6년간 사외이사로 재임하면서 보수 3억 원가량과 스톡옵션으로 받은 2000주의 포스코 주식을 처분한 차익 4억 원 등 7억 원 가까운 수익을 올렸다. 안 의원은 “절차상 하자 없이 이사회 업무에 임했다”며 2012년 대선 때 이미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검증이 끝난 사안”이라고 밝혔으나 그때는 포스코의 부실 경영이 드러나기 전이었다.
사외이사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외부 전문가를 이사진에 기용해 경영진의 전횡을 막는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사외이사 제도만 제대로 작동해도 대기업의 불법 행위나 공기업의 방만 경영은 상당 부분 바로잡을 수 있을 것이다. 올 초 대법원은 “사외이사로 실질적 활동을 하지 않았더라도 회사 분식회계에 대해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놓았다. 포스코 사외이사들의 책임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주요 상장 대기업의 167개 계열사를 조사했더니 사외이사의 이사회 안건 찬성률이 지난해 99.7%에 달했다. 10대 그룹이 올해 주총에서 선임한 사외이사의 40%가 장차관, 판검사 등 권력기관 출신이다. 고무도장 혹은 바람막이로 이용되는 사외이사 제도를 개혁하고 부실 경영을 방치한 사외이사에게는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기업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