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재임(2009년 2월 말∼2014년 2월) 5년간 늘린 국내 계열사 48곳 중 22곳(46%)이 부실기업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합병·지분 매각 등의 방법으로 이 가운데 절반(24곳)이 구조조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회장이 ‘실속 없는 몸집 부풀리기’를 했다가 금방 정리했다는 뜻이다. 검찰은 정 전 회장이 무리하게 계열사를 늘리고 합병한 과정의 각종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동아일보가 19일 재벌닷컴과 정 전 회장 재임 중 늘어난 계열사 48곳을 분석한 결과, 22곳이 ‘부채비율(부채/자본) 200% 이상’이었다. 각 계열사의 부채비율은 정 전 회장 퇴임 직전인 2013년 12월 말 또는 흡수합병·지분 매각 직전 해 말을 기준으로 따졌다. 비금융회사는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부실기업으로 본다.
일부 계열사는 포스코에 편입된 뒤 점점 더 부실해졌다. 고순도 페로망간(합금철의 일종) 제조업체 포스하이메탈이 대표적이다. 정 전 회장이 2009년 10월 동부그룹과 함께 세운 포스하이메탈은 부채비율이 2009년 4.6%, 2010년 105.1%, 2011년 671.9%, 2012년 1512.2%, 2013년 3855.5%로 급격히 늘었다.
포스코LED는 정 전 회장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사업에 진출하겠다며 2010년 10월 설립했지만 부채비율이 2013년 706.0%까지 증가했다. 고순도 알루미나 전문업체 포스하이알(2012년 2월 설립)도 부채 비율이 2012년 227.5%에서 2013년 265.7%로 늘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정 전 회장이 사업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 신규 사업에 손을 댔는데 시장 불황, 공급 과잉 등 영향으로 점점 부실해졌다”고 말했다.
정 전 회장은 부실기업을 과도하게 비싸게 인수하기도 했다. 정 전 회장은 부도 직전이었던 성진지오텍(조선·해양플랜트 부품 업체) 지분 40%를 2010년 6월, 시장가보다 비싼 1600억 원에 인수했다. 포스코플랜텍은 이후 합병한 성진지오텍 탓에 지난해 포스코와 포스코건설로부터 2900억 원을 증자받는 등 부실해졌다.
도시광산사업을 추진하겠다며 총 180억 원을 들여 2010, 2011년 각각 인수한 나인디지트와 리코금속도 의혹 대상이다. 인수 직전 리코금속은 자본잠식 상태였고 나인디지트의 부채비율은 1313.2%였다.
급속도로 포스코의 몸집을 늘린 정 전 회장은 정리도 급하게 했다. 총 38곳을 정리했는데 이 중 자신이 재임기간 중 늘린 계열사 24곳이 포함됐다. 취임 직후인 2009년 3월 말 35개였던 포스코 계열사는 매해 3월 말 기준으로 2010년 47개, 2011년 60개, 2012년 70개까지 늘었다가 2013년 51개, 2014년 45개로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