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의 한 편의점. 에어컨이 가동되는 좁은 실내에는 개방형 냉장고 1대, 밀폐형 냉장고 2대, 냉동고 3대, 온장고 2대, 전자레인지 2대, 온수기 1대가 놓여 있었다. 우유, 즉석식품 등이 진열된 냉장고에는 냉장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비닐커튼조차 없었다. 개방형 냉장고 앞으로 다가가자 에어컨 바람에 차가워진 피부가 얼얼해질 만큼 냉기가 느껴졌다.
에너지시민연대가 지난해 7월 서울, 대전, 경기 안산, 경기 성남(분당구), 충남 천안, 경북 포항, 경남 창원(마산) 등 7개 지역의 편의점 160곳을 조사한 결과 편의점의 전기 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문제는 냉기 유출을 막는 비닐커튼이 없는 개방형 냉장고였다. 조사 대상 편의점 1곳당 평균 1.8대의 개방형 냉장고를 사용하고 있었다. 개방형 냉장고에 비닐커튼을 설치한 편의점은 1곳뿐이었다.
24시간 영업하는 편의점들은 하루 종일 전기를 쓴다. 이번 조사에서 편의점 내 실내등 점등시간은 평균 23.7시간, 진열장 조명 점등시간은 평균 24시간으로 나타났다. 햇빛이 충분한 낮에도 실내등과 진열장의 조명을 끄지 않기 때문이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처럼 고효율 조명을 쓰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조사 대상 편의점 160곳 중 2곳만 고효율 실내조명을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열장 조명을 쓰는 편의점 123곳 중 LED 조명을 쓰는 곳도 7곳뿐이었다.
전문가들은 개방형 냉장고에 비닐커튼을 설치하고, 조명을 효율적인 LED로 바꿔도 편의점에서 새는 전력을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쓰지 않는 전자제품의 콘센트를 뽑아두는 것도 전기를 아끼는 방법이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조명 50개를 하루 24시간씩 한 달(30일)간 켜뒀을 때 전력소비량이 32W인 형광등을 20W짜리 LED로 교체하면 전기료를 약 5만 원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