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된다. 사람으로서의 바른 품성을 기르는 ‘인성교육’을 법으로 정한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것이다. 동방예의지국으로서 윤리와 도덕을 교육의 첫 덕목으로 여기던 나라가 ‘사람됨’의 기준을 법으로 강제한다니 어이가 없기도 하다.
입시 위주 등 현재의 교육 현실에서 인성교육이 절실하기는 하지만, 인성을 하나의 교과목처럼 인식하고 학생들을 교육하는 게 어느 정도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간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인륜 문제가 심각했으면 법을 통해 이를 처방하려 하는 것인지 되돌아보게 하지만, 인성교육을 법으로 강제하기에 앞서 생각해볼 만한 게 적지 않다.
그간 교육 당국은 인성 관련 내용을 대입 전형에 반영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입시에 반영해서 인성교육이 바로 된다면 그것도 한 방법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성평가의 실체가 모호하고 그것이 대입의 전형요소가 된다면 또 다른 사교육을 불러일으킬 게 분명하다. 인성을 어떻게 계량화해서 입시에 반영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안 간다. 결국 교육 당국의 계획은 없던 일로 백지화됐지만 논란의 여지는 남아 있다.
이 밖에 교대나 사범대 등 교원양성기관에서 인성교육 전문 인력을 어떻게 배출할 것인지, 초중고 교사들의 인성교육 연수를 어떻게 실시할지, 인성교육 프로그램이나 교육과정을 어떻게 개발할지 등 검토할 사항이 많다.
사람들은 흔히 학교에서 선생님들만 인성교육을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잘못됐다. 오히려 인성교육을 활성화·내실화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사회에서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러니 부모는 물론이고 사회인 모두가 인성교육의 전달자가 되어야 한다.
인성교육은 식물의 광합성 작용과 같아야 한다. 햇빛과 바람, 공기가 적절히 작용해야 온전한 꽃과 나무로 성장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생활하는 환경과 인간관계가 모두 ‘인성교육의 장(場)’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인성교육은 자연스럽게 ‘보고 배우는 것’이다. 그만큼 실제로 하는 ‘체험’이 중요하다.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하다’거나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등의 말은 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인성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주고 있다. 가정과 사회가 바로 서고, 부모와 어른들이 솔선수범을 보이면 미래 세대의 우리 아이들은 이를 스스로 보고 배운다. 그래야 인성이 바르게 성장하게 된다. 인성교육을 학교에만 맡기지 말고 이참에 인성교육을 위한 범(汎)국민 실천운동을 전개하는 것도 생각해봄직하다. “집에서는 충과 효를 전해주고, 세상에서는 인(仁)과 경(敬)을 가르치라”는 세종대왕의 말씀은 오늘날에도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