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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밖에서 길찾는 현대重 “흩어지면 산다”

작성자 : 최고관리자 / 날짜 : 2016.11.16

6개社로 분할 비상계획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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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各自圖生)’ ‘짐 나눠 들기’.

 현대중공업이 15일 결정한 6개의 독립회사 체제 전환에서 주목할 만한 키워드다. 우선 독립 경영을 통해 비(非)조선사업을 키워 나가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지만 7조 원이 넘는 차입금을 여러 회사가 나눠 지면서 부담을 줄이겠다는 전략적 판단도 따랐다는 것이다.

○ 조선 의존도 낮추고 각자도생

 현대중공업이 ‘회사 분할’이라는 강수를 둔 것은 조선업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이익금으로 비조선부문에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던 기존의 경영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중공업의 연간 수주 실적은 2013년 273억 달러(약 31조9400억 원)에서 지난해 145억 달러(약 16조9700억 원)로 반 토막이 났다. 올해는 지난달까지 누적 수주액이 54억 달러(약 6조3200억 원)로 연간 목표치 131억 달러(약 15조3300억 원)의 41.2% 수준에 그치고 있다. 주력사업인 조선이 더 이상 ‘화수분’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 만큼 나머지 사업부들도 각자 살 길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됐다.

 비조선사업이 독립할 수 있는 나름의 체력을 갖췄다는 것도 과감하게 분할을 결심한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전기전자시스템과 그린에너지 등은 최근 수주 실적이 양호하고 지난해 7월 엔진기계사업부로부터 분리돼 나온 로봇사업부도 전망이 좋은 편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성격이 다른 사업들을 현대중공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운영하다 보니 비효율이 발생해 왔다”고 사업재편 배경을 설명했다.

 그룹 사업재편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의 조선·해양·엔진 부문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이 여전히 주력 사업으로 역할을 하는 가운데 이번에 분사한 그린에너지 부문은 현대오일뱅크와 함께 정유·에너지 부문으로 새로운 성장축을 담당하게 된다. 전기전자, 건설장비까지 합해 현대중공업그룹은 총 4개 부문으로 나뉘게 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 여전히 험난한 정상화의 길

 조선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의 이 같은 결정이 차입금이라는 무거운 짐을 여러 회사가 나눠 지도록 하면서 ‘수주 보릿고개’를 넘기려는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의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로봇사업부에 넘기면서 차입금 2조 원까지 넘기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중공업의 총차입금은 9월 말 기준으로 7조3000억 원인데 현금성자산을 고려한 순차입금은 5조 원가량이다. 현대중공업이 이번에 분사하는 회사들로 차입금을 분배하면 조선·해양·엔진 부문 독립법인의 순차입금은 2조1000억 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현대중공업의 이번 회사 분할 결정은 2014년부터 이어져 온 경영 개선 계획의 일환이다. 현대중공업은 2018년까지 △비핵심자산 매각 1조5400억 원 △사업 조정 1조1200억 원 △경영 합리화 8500억 원 등 총 3조5100억 원 규모의 자구안을 세워놓고 있다.

 당초 현대중공업의 사업 분할은 내년쯤에나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처럼 시기를 앞당긴 것은 수주 가뭄이 예상보다 더 극심해지자 자구안 실천에 보다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서는 아직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비핵심자산 매각의 하이라이트인 하이투자증권 매각이 지지부진한 데다 현대오일뱅크 기업공개(IPO) 시점도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노사 갈등 역시 현대중공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조선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조선 시황이 언제 개선될지 모르는 만큼 각 회사는 짧게는 2∼3년, 길게는 5∼6년간 누가 버틸 수 있느냐의 싸움에 들어간 상황”이라며 “현대중공업이 회사 분할 결정이라는 ‘칼’을 일찍 꺼내들었지만 생존 경쟁은 지금부터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정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