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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라밸]“잘 쉬어야 일도 잘한다” 기업문화 변화의 바람

작성자 : 슈퍼관리자 / 날짜 : 2018.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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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국의 직장은 일하는 시간과 일하지 않는 시간을 철저히 구분하지 않았다. 퇴근 뒤나 주말까지 일을 만들어내는 상사, 남들 일하지 않을 때 먼저 출근하고 늦게까지 일해 성과를 내는 후배가 인정받고 본보기로 꼽혔다. 열심히 일하는 만큼 중요한 게 휴식이라지만 이를 잘 지키는 직장은 드물었다. 

하지만 조금씩 기업 문화가 달라지고 있다. 일과 삶의 균형(워크 앤드 라이프 밸런스·워라밸)을 회사가 보장해 근로자의 휴식을 보장하고 이를 통해 많은 인재를 끌어오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 출퇴근을 유연하게 조정해 육아 부담을 덜어주거나 주 35시간 노동을 실천하려는 기업이 많아지고 있다. 누군가는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노동 시간을 줄이고 있다 꼬집을지 몰라도 한국식 근로 문화에 큰 변화가 시작되고 있음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육아 지원이 워라밸의 시작 

기업이 근로자에게 워라밸을 보장해주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육아 지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한국이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부족한 육아 인프라라는 것이다. 마땅히 아이를 맡아줄 기관이 없으니 아이를 낳지 않게 된다. 부모가 되면 아이를 어딘가 맡겨야 하는 출근 시간은 물론 업무 중에도 육아 부담을 떨치기 어렵다. 기업들은 보육시설을 만들거나 육아 휴가 등을 통해 근로자를 지원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아모레퍼시픽 어린이집’을 운영해 직원의 육아 부담을 덜고 있다. 임신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의 예비 엄마 직원은 하루 6시간 단축 근무를 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임신부 전용 의자와 다리 붓기 방지용 발 받침대, 전자파 차단 담요 등 ‘예비맘 배려 3종 세트’도 지원한다. 
 

여성 임직원 비율이 높은 한샘 역시 사내 어린이집을 운영 중이다. 내부 설계부터 어린이집 운영까지 모두 한샘이 맡는 직영 어린이집이다 보니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육아휴직을 2년까지 보장하고 출산 전 단축 근무를 실시하는 것도 대표적인 육아 지원책이다. 

롯데그룹은 전 계열사에 남성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도입해 배우자가 출산하면 최소 한 달 이상 남자 직원이 의무적으로 육아휴직을 쓰도록 했다. 휴직 첫 달 통상임금의 100%를 보전해 경제적 이유로 육아휴직을 꺼리는 직원이 없도록 했다.


CJ그룹은 부모의 돌봄이 가장 필요한 초등학교 1학년 입학 전후 한 달간 ‘자녀 입학 돌봄 휴가’를 낼 수 있다. 남녀 무관하게 2주는 유급, 2주는 무급으로 한 달 동안 자녀가 초등학교 생활에 적응하는데 부모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일할 때도 스마트하게 

의미 없는 회의와 불필요한 보고서 작성 등 비효율적인 업무를 효율화하는 것만으로도 직장인이 받는 스트레스는 크게 줄어들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012년부터 ‘워크 스마트’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문서작성부터 보고, 결재까지 업무 진행을 최대한 간결하고 효율적으로 바꾸는 작업이다. 2016년부터는 서면보고와 전자보고의 이중결재를 막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고경영자(CEO)와 임원이 참석한 회의에서 논의한 사안은 추가 보고나 결재를 거치지 않고 회의록을 공유해 의사결정을 마무리 짓는 방식으로 결재 구조를 재편했다. 품의서와 통보서를 폐지해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e메일을 통해 진행한다.  

GS칼텍스는 직원끼리 원활히 소통하도록 GS강남타워 27층에 열린 소통공간을 마련했다. 북카페 형태의 라운지와 회의를 열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꾸려 직원들이 자유롭게 아이디어 회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뭐니 뭐니 해도 이른 퇴근이 최고

SK하이닉스는 주 최대 52시간의 근로 문화를 시범운영 중이다. 주당 근무시간이 40시간을 초과하면 임원 및 팀장에게 회사가 경고하고 사내 전산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근로시간을 관리하는 구조다.

신세계그룹은 주당 35시간 노동이라는 파격 실험을 두 달 가까이 시행하고 있다. 오후 5시 퇴근을 위해 5시30분에 PC가 자동으로 꺼지고 야근이 잦은 부서는 공개적으로 알려 임원 및 부서장에게 평가 불이익을 주는 식이다. 신세계는 사실상 야근이 사라지며 오후 6시 30분 이후 퇴근하는 인원이 본사 전체의 0.3%까지 줄어들 만큼 성공적으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80227/88883081/1#csidx1e491a9fa27678cacbc0b1575a3f5e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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